이번 주는 기업속 퍼스널 스페이스 Personal Space 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해요!
퍼스널 스페이스 Personal Space! 직역하자면 “개인적 공간”을 의미하는데, 물리적인 공간보다는 개인이 편안함을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이라고 보면 딱 좋을 것 같아요. 개인이 느끼는 거리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적당한 거리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자라온 문화와 환경에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개인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미국에서 사는 동안 문화적으로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구나…’ 했던 경험이 여러개 있는데요. 그 중 대학생 때 일이 생각나서 나눠볼게요~!
한번은 그룹 프로젝트가 있어서 학기동안 매주 수업 전 도서관에서 모여서 함께 프로젝트를 하다가 강의시간에 맞춰 강의실로 갔던 적이 있었어요. 매주 만나는 사이였으니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동지애(?)가 생겼는데, 진짜 이상했던 게 도서관에서 같이 작업하다가 수업에 가려고 나올 땐 도서관에서 인사만 하고 각자 강의실까지 따로 걸어가는 거 였어요. 꽤나 자주 시간을 같이 보낸 팀이고 방향도 같으니 같이 얘기하면서 갈법도 한데, 서로 얘기도 거의 안하고 강의실까지 뻘쭘하게 걸어가고 강의실에서도 또 따로 각자 앉았어요. 한국이었다면 아마 미팅 전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을텐데….이건 뭐지..? 했던 기억이 나요😳😳😳
이렇듯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많은 부분들에서 퍼스널 스페이스에 대한 개념 차이가 보이는데요, 그걸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 문화를 좀 더 들여다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테스트 하나 해볼까요? 아래 사진을 보고 관계 있어 보이는 그림끼리 묶어봐주세요.
여러분은 토끼와 당근을 묶으셨나요 아니면 토끼와 개를 묶으셨나요?
이 테스는 실제로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실험 중 하나인데 토끼와 당근을 묶으신 분들은 주로 집단주의적 성향이 높고, 반대로 토끼와 개를 묶으신 분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높다고 해요. 토끼가 당근을 먹기 때문에 묶으신 분들은 토끼와 당근 과의 관계에 집중하기 때문에 보다 관계성을 요구하는 집단주의적 성향을 나타내는 반면, 토끼와 개 둘다 같은 동물이기 때문에 묶으신 분들은 토끼와 개 각 객체를 나타내는 분류(“동물”)에 집중하여 인식하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나타낸다고 해요.
더 흥미로운 것은 일반적으로 동양권 사람은 [토끼와 당근]을, 서양권 사람은 [토끼와 개]를 선택했다고 하네요!😳😳😳
한국의 집단주의적 문화는 우리가 매일 같이 사용하는 언어 속에서도 매우 잘 나타나는데요. 바로 “우리”라는 단어가 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저는 “우리”라는 표현이 너무 정감가고 좋아요. 예전에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어떤 과장님이 신입사원을 보호하면서 ”우리 애만 혼났잖아!!“ 라는 말을 듣고 장그래가 ”우리 애….라고 했다……“ 하는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는데요. 아마 한국사람이라면 아무런 설명 없어도 왜 장그래가 그 말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을 지 다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매우 이상한 표현이긴 해요. “우리 집” “우리 엄마” ”우리 아들” “우리 딸“… “우리”라는 단어는 나를 포함한 한명 이상의 집단을 가리키는 단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라는 건 우리가 형제라는 뜻인데……(설마 어렸을 때 헤어진 내 가족…?) 친구들끼리 각자의 가족이나 소유물을 얘기할 때도 그냥 “우리”라고 쓰잖아요. 그리고 그게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기도 하고요. 영어로 얘기 할 때는 Our mom 이라고 하지 않고 My mom 이라고 하죠. 오히려 our mom 이라고 하면 친구들이 “????” 이라고 하는데요. 반대로 한국말로 “내 엄마” “내 딸” 이러는 게 더 어색하죠?
한국기업 문화 중 매우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워크샵”을 하기 위해 타지역으로 가는 것이었어요. 팀원들끼리 친해지고 돈독해져야 일도 더 잘 할 수 있다며 워크샵도 자주 가는데…..실제로 뭔가를 배우는 시간보다는 다 같이 놀러가는 느낌……..? 뭔말인지 다들 아시죠? 😉😉
그뿐 아니죠. 점심시간이 되면 팀원들 다 같이 점심을 먹는 게 일반적인 루틴이고, 가기 싫은 회식도 왠만해선 눈치 보여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죠. 이렇듯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리의 문화에서는 전체를 위해서 개인의 생각과 감정이 덜 강조되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에서 첫 출근날 여러번 충격을 먹었던 게 기억에 나는데요. 그중 하나는 첫 출근날이지만 팀끼리 점심을 같이 먹질 않았다는 거에요. 정확히 얘기하면 다들 각자 “알아서” 먹었어요. 점심시간도 대충 알아서 자신들이 원할 때 가면서 “나 점심 먹고올게~” 하고 나가는 정도였어요. 그러면서 저한테도 “편하게 점심 먹고와~” 라고 얘기를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업무 시간이 아닌 식사시간만은 자신 개인만의 시간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쉽게 묻어나는 부분이죠.
그래서인지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 강조되고 요구되는 부분도 많이 달라요.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에서는 조직 전체와 조화를 잘 가질 수 있도록 전체 분위기를 보고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할 행동과 말들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상하관계가 뚜렷한 환경에서는 더더욱 드러나죠. 그래서인지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는 사람은 “눈치 없는 사람”으로 혼나기도 하고 매우 기피대상이 되죠. 물론, 미국에서도 “Read the room!” 이라는, 한국말로는 “눈치 챙겨!!👀”의 표현도 있어요. 하지만, 주로 그 사람을 “특이하다” 정도로 표현하고 넘어갈 정도로 좀 더 너그러운(?) 느낌이 강해요.
반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미국에서 요구되는 것 중 하나는 적극성이에요. 자신의 역량과 인맥이 중요한만큼 알아서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거죠. 예를 들면, 미국 첫출근날 팀원들에게는 소개를 시켜줬지만 오며가며 만나게 되는 타부서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인사를 시키지 않았어요. 아무도 소개를 안해주니까 제가 적극적으로 먼저 인사를 하고 저에 대해서 얘길하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인지 대학교 졸업반일 때 인턴십을 하는 게 있었는데, 한 학기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훈련해보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훈련 주제 중 하나가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회사에 가서 안 친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고 수업 때 어떤 사람과 어떤 대화를 했고 그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내향형인 제가 왠일인지 그때 삘 받아서 그 주제를 선택하게 됐는데요…저의 인턴기간 내 목표 과제는 회사에서 가장 불친절해보이는 사람과 인사하는 사이가 되는 거였어요 😳😳😳
그래서 제가 그 때 선택했던 대상은 프론트에서 안내를 해주시던 여성분이셨는데, 완전 시크녀…….
그때는 고객을 처음 응대하는 사람을 왜 저런 불친절해보이는 사람으로 선택했는지 의아해했을 정도로 시크녀였어요. (그때도 디퍼런스를 알았더라면 분명 더 좋은 제안을 해줬을텐데…..)
잘 웃지도 않는 그분에게 억지 웃음과 함께 진심 1%만 담아 how are you? How was your weekend? 하면서 지냈는데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얘기도 몇마디 나누게 됐고, 그분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매우 따뜻한 사람이란 걸 알 게 되었어요.
그렇게 인턴십이 끝날 때쯤 꽤 친해져서 볼 때마다 서로 반가워하면서 사적인 얘기도 나누는 사이가 된 적이 있어요. 그렇게 학교에서도 강조할만큼 자기주도적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인맥을 쌓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게 미국의 문화에요. (내향형은 웁니다……..🥹🥹🥹)
물론 한국에선 적극성이 필요 없거나 미국에선 사람들간의 살가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좀 더 중시되는 부분이 다르다는 거죠.
요즘 우리 한국사회에선 “꼰대문화”라며 회식 문화나 상하관계가 무조건 나쁘다고 얘기하고 개인주의를 무작정 찬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과도하고 불합리한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은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한국의 집단주의적 문화가 나쁘다고만 할 수 없어요.
1992년 미국 LA 폭동 때 많은 한인 사업자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그때 한인들이 똘똘 뭉쳐서 한인타운을 보호했다는 얘기는 아주 유명하죠? 자신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빨리 도망가는 게 어찌보면 더 현명한 선택 같아 보이지만, 자신들이 일군 터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모여 함께 희생하고 애쓴 모습은 미국 사회에서도 많이 회자될 정도로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어요.
또, 1997년 IMF 금융외환위기 때 대한민국의 부채를 갚기 위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소유하던 금을 내어놓았던 “금 모으기 운동”은 세계적으로도 감동을 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는데요. 국가를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것을 희생하는 모습은 합리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를 아끼는 마음 하나 하나가 모여서 우리 모두를 살린 거죠.
결국, 가장 어렵다는 “적당히” 둘의 발란스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개개인의 차별된 정체성은 그 모습 그대로 존중해주되 다양한 모습들 간의 조화를 만들어 하나의 단단한 집단을 만들어가는 것. 그 집단 안에서 개개인이 보호 받고 존중 받는 것,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기업이 아닐까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조직과 조직원 모두의 행복과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될 것 같아요.
여러분이 속해 있는 조직에는 조직원의 특성을 고려한 어떤 문화가 있나요? 여러분은 개인적으로 어떤 문화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