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히든챔피언 Hidden Champion”이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히든 싱어는 들어봤지만 히든챔피언은 처음 들어봤다…하시는 분은 특별히 더 집중해주세요!
히든 챔피언은 독일 경제학자이자 기업가인 헤르만 지몬 Hermann Simon으로 인해 유명해진 단어인데, 문자 그대로 “숨겨진 챔피언.” 즉, 엄청 유명하지는 않지만 세계 시장 속 한 분야와 산업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뜻해요. 숨겨진 알짜배기? 소문나지 않은 찐맛집 같은…? 다들 그런 식당 하나 정도는 알고 계시죠? 😉
히든 챔피언 기업은 주로 자신들만의 독창적이거나 혁신적인 기술은 물론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함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데 전 세계에 현재 약 2,700여개의 히든 챔피언이 있다고 해요. 근데 진짜 흥미로운 것은 전체 히든챔피언 기업 중 약 48%가 독일기업이라고 해요!😳 저에게 독일은 소세지…맥주…치약이나 핸드크림….이런 이미지가 압도적인데..
독일하면 법과 규율을 매우 준수하고, 융통성이 부족할 정도로 엄격하고 체계적이고 질서 있는 문화라는 것이 유명한데요, 생산성과 효율성을 매우 중시한다고 합니다. OECD 국가 중 연간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가 독일이라고 하는데요. 독일은 진짜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네요. 🥺부🥺럽🥺부🥺럽🥺
그런 입장에서 좀 더 독일 기업에 대해서 들여다볼까요?
독일에서는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대요. 심지어 일요일에 근무를 하려면 시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독일 기업에 대해 찾아보다가 이 내용을 갖고 저희 팀원들끼리 얘기하면서 여기가 독일이라면 저희 대표님은 완전 범법자라며.. 🤣🤣🤣)
그만큼 일하는 시간에 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집중하고 쉴 때는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반영된 규율이에요. 우리나라 기업에선 직장 동료들과 수다도 많이 떨고, 주말엔 뭐했는지,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위로도 해주는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잖아요. 근데 독일은 팀원들끼리 개인적인 얘기를 나누기보단 개인 업무와 성과에 집중하면서 일반적으로 회사 동료와 개인적인 관계를 정확히 구분한다고 해요. 그래서 한국의 회식 같은 것도 안 한다고 하네요
그래도 전 회식은 좋은뎅…….
찾아보던 중 흥미로운 독일의 회사가 있어서 소개드리려고 해요!
베를린 프렌츠라우어베르크에 WOOGA라는 회사인데요. 이 회사는 2009년에 설립한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이에요. 지금은 200명의 직원과 함께 세계 5대 모바일 게임 업체가 되어버렸어요. 그런데 이 회사를 찾아보면서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는데요. 바로 굉장히 많은 직원들이 헤드셋을 끼고 일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 업무를 하면서 팀원들끼리 소통도 해야하고 노래 듣느라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어서 더욱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부정적으로 보거나 당연히 금지된 곳이 많다보니 WOOGA의 이런 모습이 되게 낯설었는데요 독일에서는 업무에 더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그뿐이 아니에요! 요즘 한국에도 이런 기업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WOOGA 직원들은 출근할 때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쓰담쓰담하면서 일을 하더라고요. (강아지가 고양이를 쓰담쓰담하면 스트레스 지수가 좀 떨어진다던데..혹시 그런 이유인가…🧐) 특히 애완동물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집에 혼자 두고 와서 걱정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충격적이었던 건 바로 맥주를 마시면서 일을 한다는 거였어요! 한국에서도 주류회사의 경우 필요에 의해 업무 중 시음을 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회식 때 다 같이 한잔씩 하는 건 너무 흔하지만 WOOGA에서는 일을 하는 도중에 맥주를 마시더라고요! 마치 저희 책상에 항상 아메리카노가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맥주가 있대요! 독일은 맥주를 물과 커피처럼 마신다더니 회사에서도 그럴 수 있다니..
대표님….제가 한번 일주일 체험이라도…….?🫣
암튼 매우 흥미로워요!
하지만 이런 문화 때문에 WOOGA가 성장했다고 할 수는 없을 거에요. WOOGA의 직원들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다른 면모도 볼게요
우선, WOOGA 직원들 모두가 항상 칼퇴를 하지는 않는다고 해요.계약서상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이지만 야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해요. 근데 흥미로운 점은 야근을 자발적으로 한다는 점이었어요!
자신이 하는 일을 좀 더 잘하고, 좀 더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야근을 한다는 건데요. 일하는 사람에게 쉴 권리가 있는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바를 감당하기 위한 책임감도 함께 요구된다는 거죠. 그래서 자연스레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 단순히 시켜서가 아닌 일을 통해 나를 실현해나가기 때문에 더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그만큼 쉴 권리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에서 야근 했으니 다음 날은 늦게 출근하라든지 하루를 쉬라는 식으로 그 권리를 존중해준다고 해요. WOOGA는 직원들이 일에만 몰두하고 휴식을 취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창의성과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꼭 쉬도록 한다고 해요. 그래서 많은 직원들이 많이 일을 했다면 휴가를 모아서 3주 4주 장기로 여행을 통해 완전히 리프레시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WOOGA에서는 “스탠드업 미팅”이라는 형식의 미팅을 한다고 해요. 말그대로 서서 하는 미팅인데요 전직원이 서로 둥글에 마주 보고 개인 업무를 공유하고 서로에게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해요. (저 같은 내향인은 좀 쑥쓰러울 것 같기도 한데…..🥺)
상사만 의견을 얘기하고 부하직원은 단순히 그것을 처리하는 게 아닌 모든 팀원이 자신의 의견을 나누어 더 다양한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독창적인 해결법을 찾아가는 이런 문화 속에서 결국 개개인의 권한과 의견을 존중받고 스스로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된다고 해요!
한국 문화의 관점을 보면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면서도 정말 그곳에서 일하면 어떨지 상상해보게 되지 않으셨나요?
전 제가 WOOGA에서 일한다고 생각해보니 좋을 것 같은 것도 있었고 오히려 아쉬울 것 같은 점도 많았어요. 특히 너무 개인주의적인 환경인 것 같아서 일하는 게 되게 차갑고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는 사수나 상사, 동료들과 함께 사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더 깊어지고 끈끈해지는 경우도 많이 있잖아요! 우리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인데 마치 정말 남처럼 지내는게 좀 드라이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어떤 문화가 항상 100점일 수는 없듯이 어떤 문화가 항상 0점일 수도 없는 만큼 여러 모습들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즐겁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그것에 맞춰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겠죠?😉
여러분들이 한 회사의 대표가 된다면 어떤 문화를 만들고 싶으신가요?